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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이재명 대통령 유엔 연설 이후…AI·녹색전환·에너지·한반도 평화의 실행 조건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AI 협력·녹색전환·에너지 공급망 안정·한반도 평화공존 네 가지 정책 축을 국제 협력 맥락에서 제시했다. 다만 이 네 의제가 유엔이나 다른 국가에 의해 공식 패키지로 채택된 것은 아니다.

편집국
2026년 9월 22일 오후 5:01 · 수정 2026년 9월 23일 오전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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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이재명 대통령 유엔 연설 이후…AI·녹색전환·에너지·한반도 평화의 실행 조건

유엔 연설 이후, 정책을 읽는 네 개의 축

이재명 대통령은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했고, 9월 22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한-유엔 협력 및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청와대는 면담에서 이 대통령이 남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함께 성장하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유엔과 적극적으로 소통·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구테레쉬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외교정책과 한반도 평화 정책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번 유엔 일정의 의미를 연설 한 차례의 메시지로만 보면 정책의 구조를 놓치기 쉽다. 정부가 올해 공개한 정책 자료들을 함께 대조하면, 이번 유엔 일정은 인공지능 협력, 녹색전환, 에너지 공급망 안정, 한반도 평화공존이라는 기존 정책을 국제협력의 맥락에서 다시 읽게 하는 계기가 된다. 이는 여러 공식 문서의 흐름을 비교한 분석이며, 네 의제가 유엔이나 다른 국가들에 의해 하나의 패키지로 공식 채택됐다는 뜻은 아니다.

첫 번째 축: ‘글로벌 AI 협력’은 국내 성장전략을 넘어설 수 있나

정부의 AI 외교 구상은 이번 유엔 일정에서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된 대통령 AI 비전에서 정부는 한국을 글로벌 AI 생산기지이자 혁신의 토양으로 만들고, 기술과 자본·인재·아이디어가 연결되는 글로벌 협력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 흐름을 국제무대로 확장하면 핵심 질문은 ‘한국이 어떤 기술을 보유하느냐’만이 아니다. 컴퓨팅 인프라, 에너지, 데이터, 인재, 규범을 서로 다른 국가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지, 그리고 그 협력이 선진국 중심의 기술 경쟁에 머물지 않고 개발도상국과 취약계층의 접근성 확대까지 이어질지가 정책의 실질을 가르게 된다. 이는 정부가 말하는 ‘AI 기본사회’가 국내 복지·산업정책의 언어를 넘어 국제협력 모델로 구체화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한국 정부가 글로벌 AI 협력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정책 방향이다. 어떤 국제기구가 참여할지, 공동 재원과 사업구조가 어떻게 설계될지, 참여국에 어떤 의무와 혜택이 생길지는 별도의 후속 합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국제무대에서 비전이 제시되는 것과 실제 국제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두 번째 축: 녹색전환은 ‘기후정책’과 ‘산업정책’을 함께 묶는다

정부는 올해 초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을 위한 K-GX, 즉 한국형 녹색전환 전략 수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자료는 민관 합동 추진단을 구성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산업별 녹색전환을 논의하고, 기술개발·금융·세제 등을 포함한 지원 방안을 구상한다고 설명했다.

이 점에서 녹색전환을 국제협력 의제로 확장하려는 접근은 새로운 국내 정책을 발표하는 것이라기보다 이미 진행 중인 정책의 실행 경험을 국제적 논의와 연결하는 성격이 강하다. 한국이 탄소 감축 과정에서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 에너지 안보를 함께 다루겠다고 한다면 국제사회가 보게 될 것은 선언 자체보다 실행 데이터다. 실제 배출 감축 경로, 산업별 전환 비용,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투자, 기업의 적응 속도, 취약 산업과 노동자에 대한 전환 지원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되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녹색전환을 성장전략과 연결할 경우 성과와 비용을 동시에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목표가 국제협력의 모델이 되려면 국내에서 계획과 실제 집행 사이의 차이를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국제사회가 비교할 수 있는 지표를 제시해야 한다. 국제 연설은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이고, 정책의 성패는 이후 예산·규제·산업 투자와 배출 실적에서 확인될 사안이다.

세 번째 축: 호르무즈와 에너지 공급망, 외교가 생활경제와 만나는 지점

에너지 공급망 문제는 한국에 추상적인 국제정치 의제가 아니다. 청와대는 지난 4월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 관련 화상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의 약 70%를 수입하는 핵심 이해 당사국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는 정상회의에서 항행의 자유를 위한 국제적 노력, 선원 안전과 선박 보호, 전쟁 종식 후 항행 안전보장 방안 등이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이 배경을 놓고 보면 에너지 공급망 안정을 다자 협력 의제로 다루는 것은 외교·안보와 국내 물가·산업비용을 하나의 정책 문제로 연결하는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유와 가스의 운송 경로가 불안정해지면 정유·석유화학·물류뿐 아니라 전력과 제조업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정 국제 협력 구상이 실제로 공급 불안을 완화할 수 있는지는 참여국, 비축 체계, 운송 대체 경로, 보험·해운 여건 등 구체적인 조건에 달려 있다.

따라서 ‘에너지 공급망 연대’의 후속 성과를 판단하려면 정상 연설의 표현보다 실제 협정과 공동 대응 체계, 비축·수송 협력, 기업 차원의 계약 변화가 나오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번 유엔 일정은 이런 문제를 국제협력의 관점에서 점검하는 계기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네 번째 축: 한반도 평화공존, 구호보다 단계와 상대가 중요하다

한반도 부분 역시 완전히 새로운 구상이 아니다. 통일부 장관은 지난 9월 17일 정부의 평화공존 3대 청사진을 ‘서로를 존중하는 포용적 평화공존’, ‘싸울 필요가 없는 안정적 평화공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공존’으로 설명했다. 유엔총회 일정 중 이 대통령과 구테레쉬 사무총장의 면담에서도 청와대는 정부가 남북의 평화공존과 공동 성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엔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책의 연속성은 확인되지만 실행 환경은 별개의 문제다. 남북 간 대화 채널, 군사적 긴장 관리, 북핵·미사일 문제, 북미 관계,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 이해관계가 동시에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평화공존 구상을 제시하더라도 상대 당사국의 동의와 협상 참여가 없다면 실행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유엔 일정의 한반도 메시지를 평가할 때는 ‘평화 의지를 밝혔다’는 사실과 ‘협상이 진전됐다’는 사실을 구분해야 한다.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되는 것은 한국 정부가 평화공존을 정책 목표로 재확인했고 유엔과의 소통·협력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북한과 미국, 중국 등 관련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후속 반응과 실제 협상 절차는 각각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유엔 개혁과 ‘중견국 역할’, 선언에서 제도로 가는 거리

구테레쉬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청와대는 사무총장이 국제 평화와 안보, 지속가능개발, 기후위기 대응에서 한국의 기여를 평가하고 국제적 분열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과 같은 중견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구테레쉬 사무총장이 추진해 온 유엔 개혁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하고 한국도 필요한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여기서도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유엔 개혁을 지지하는 것과 안보리 구성·의사결정 구조가 실제로 바뀌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유엔 개혁은 다수 회원국의 협상과 제도적 절차를 필요로 한다. 한국이 중견국으로서 협력 의제를 제안할 수는 있지만, 제안의 영향력은 다른 국가들이 얼마나 참여하고 공동 문서·사업·재원으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확인된다.

이번 유엔 연설과 후속 면담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한국의 국내 정책 경험을 국제협력의 자산으로 제시하려는 시도다. AI에서는 기술 접근성과 협력 플랫폼, 기후에서는 K-GX와 감축 이행, 에너지에서는 해상 통로와 공급망 안정, 한반도에서는 평화공존과 다자 협력을 연결해 볼 수 있다. 이 문장은 여러 정부 문서를 교차해 구성한 분석이며, 다른 국가나 유엔이 네 정책을 하나의 공식 구상으로 인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주 한인 독자가 봐야 할 것은 ‘후속 문서’다

미국에 사는 한인 독자에게 이번 유엔 연설의 직접적인 의미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연설 자체로 미국의 법률이나 한미 간 제도, 투자 규정, 북한 관련 제재가 즉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향후 한미 협의와 다자회의에서 AI 투자·기술협력, 에너지 공급망, 한반도 정책이 어떤 공동 문서와 사업으로 구체화되는지는 한미 경제와 안보 환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확인해야 할 후속 지표도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 AI 협력 플랫폼에 실제 참여 기관과 예산·사업이 붙는지, 둘째, K-GX가 국내 감축 실적과 산업 전환 투자로 이어지는지, 셋째, 에너지 공급망 협력이 비축·수송·해상안전의 구체적 협력으로 발전하는지, 넷째, 한반도 평화 구상이 당사국 간 대화 재개와 공식 협의체로 연결되는지다.

유엔 연설은 정책의 출발점이나 종착점이 아니다. 이번 메시지의 의미는 여러 국내 정책을 국제협력의 맥락에서 함께 읽을 수 있게 했다는 데 있다. 앞으로의 평가는 연설의 수사보다 후속 합의와 집행, 상대국의 반응, 그리고 실제 정책 변화에 근거해야 한다. DailyKorea는 이후 공동성명, 유엔 문서, 한미·남북 관련 공식 발표가 나올 때마다 이번 구상과 무엇이 이어지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구분해 추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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