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문제가 한국의 외교·안보와 공급망 정책에서 다시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의 공식 발표를 시간순으로 보면 대응의 초점이 단순한 상황 관리에서 국제 공조와 구체적 기여 방안 협의로 한 단계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9월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양국의 국제안보 협력 의제로 다뤄졌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은 9일 양 정상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이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긴밀한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 협의에서 한·프 정상 공조로
이번 한·프 합의는 8월 24일 한미 외교장관 통화에서 확인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연결된다. 당시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을 포함한 중동 정세와 역내 평화·안정 회복을 위한 미국의 노력을 설명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 회복을 위한 한국 정부의 ‘실질적 기여 의지’를 강조하고, 구체 방안을 계속 협의하자고 했다.
공개된 두 공식 자료를 함께 보면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문제를 미국과의 양자 협의에만 두지 않고 프랑스와의 정상 차원 공조로 넓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한·프 정상회담은 국방·안보 협력의 확대와 동시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양국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의정서에 서명했고, 상호군수지원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위한 협의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다음 주 서울에서 예정된 양국 공군의 ‘페가스’ 합동훈련과 올해 하반기 양국 해군의 상호 기항도 언급했다. 다만 공개된 공식 자료는 이러한 국방협력 조치가 호르무즈 대응에 직접 투입된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지금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세 가지
현재 한국 정부 발표에서 명확히 확인되는 정책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유로운 항행이 회복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둘째, 해상교통의 불안이 글로벌 공급망 문제와 직결된다는 인식이다. 셋째, 미국 및 프랑스와 국제적 기여 방안을 협의하고 공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개된 공식자료에는 한국이 어떤 수단을 사용할지, 기여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특정 군사자산을 투입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은 적시돼 있지 않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실질적 기여 의지’와 ‘긴밀한 공조’라는 정책 방향과 실제 집행 방안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왜 DailyKorea 독자가 주목해야 하나
호르무즈 문제는 중동의 군사 충돌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정부가 정상회담 발표에서 항행의 자유와 공급망 안정을 한 문장에 함께 담은 것은 해상안보와 경제안보를 같은 문제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은 에너지와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만큼 해협의 불안이 장기화될수록 운송, 원가, 물가와 기업의 공급망 관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향후 확인해야 할 핵심은 한미 간 ‘구체 방안’ 협의가 어떤 형태로 발전하는지, 한·프 공조가 외교적 협력에 머무는지 또는 해양안보 관련 실무 협력으로 이어지는지다. 정부가 추가로 발표할 대응 방식과 국회·관계부처 논의가 다음 단계의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번 주 공식 발표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한국이 호르무즈 문제를 단순한 중동 정세 관찰이 아니라 국제사회와 함께 대응해야 할 항행·공급망 의제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미·이란 전쟁의 전개가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 한국의 실제 기여 방식이 구체화되는지가 앞으로의 핵심 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