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층의 취업난을 실업률 하나로 판단하면 일자리의 불안정성을 놓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26일 공개한 BOK 이슈노트에서 황수빈·정강희·정성엽 연구진은 팬데믹 이후 청년들이 취업 문턱을 낮춰 일자리에 진입하는 반면, 더 안정적인 고용으로 이동하는 경로는 좁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 제목은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다. 한국은행 홈페이지에 실린 연구이지만 내용은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니라 집필자 개인 견해라는 단서가 명시돼 있다. 따라서 통화정책 결정이나 새 고용지원 제도의 시행 발표와는 구분해야 한다.
취업 여부뿐 아니라 일자리 안정성 살펴야
연구진은 최근 청년층의 실업률·고용률 등 양적인 지표가 악화하고 있지만, 과거 청년고용 부진기인 2014∼2019년에 비해 그 수준 자체가 두드러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신 취업자 가운데 임시·일용직 비중이 늘어나는 등 질적인 약화가 더 분명하다는 진단이다.
이 보고서를 분석한 경향신문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의 고용의 질 지수는 2014∼2019년 101.1포인트에서 2023년∼2026년 9월 94.7포인트로 낮아졌다. 같은 비교에서 30∼59세 핵심연령층은 100.2에서 104.0으로 높아졌다. 이 지수는 실업률이나 임금 상승률이 아니라 고용의 안정성과 취약성을 종합해 추정한 값이다.
경향신문은 지수의 기준을 2010년∼2026년 9월 중 2020∼2021년을 제외한 기간의 평균 100으로 설명했다. 계약기간, 비자발적 단시간 근로와 업종·사업체·직업 특성에 따른 실직 위험 등을 반영하며 값이 높을수록 고용의 질이 양호하다는 뜻이다.
성장하는 산업과 채용하는 산업의 간극
연구진은 상용직 고용 창출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IT 제조업이 생산 성장을 주도하는 데 주목했다. 상용직 채용은 비IT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생산 확대가 좋은 일자리 수요의 확대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때 신규 채용 축소의 부담이 노동시장에 처음 들어오는 청년에게 집중될 수 있다고 봤다.
AI 확산도 이런 흐름과 맞물리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연구진은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와 산업에서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청년이 주로 맡아 온 초급 업무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청년 일자리의 모든 변화가 AI 하나 때문이라고 단정한 결론은 아니다. 산업 구성과 노동시장 제도 등 여러 요인을 함께 살핀 연구다.
첫 일자리 이후 이동 경로도 과제
보고서는 좋은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회복돼도 이미 다른 부문에 진입한 청년들이 옮겨 갈 통로가 부족하면 부진이 오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용 시장의 회복만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처음 경력을 쌓을 기회가 줄어든 문제까지 해결하기 어렵다는 우려다.
연구진은 IT 산업의 성과가 연관 산업과 내수로 이어질 여건, 교육과 산업 간의 연계,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과 이동을 돕는 제도 개선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연구진의 정책 과제 제시로, 지원 대상이나 지급액·신청 절차가 정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 취업이나 귀국을 고려하는 독자에게도 취업률뿐 아니라 첫 일자리의 안정성과 이후 경력 이동 가능성을 함께 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출처
- BOK 이슈노트 제2026-27호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 — 한국은행
-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 과제 원문 PDF — 황수빈·정강희·정성엽 / 한국은행
- 중소기업·비정규직 청년의 경력 이동 분석 — 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