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아시아 방문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이번 발언에서 확인되는 것은 대통령의 조건부 의사 표현이다. 정상회담이 합의됐거나 일정이 잡혔다고 볼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간 12일 백악관에서 헬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다음 달 아시아 순방 중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인지 묻자 만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답하고, 자신이 김 위원장과 잘 지낸다고 덧붙였다. 롤콜 팩트베이스의 현장 문답 기록과 연합뉴스·SBS 보도에서 같은 답변을 확인할 수 있다.
질문과 답변의 범위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는 아시아 방문을 계기로 한 만남을 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날짜나 장소를 제시하지 않았다. 확인한 자료에는 북한이 회담에 동의했다는 발표나 실무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설명도 없다. 가능성에 대한 답변을 곧바로 회담 개최 결정으로 옮기면 발언의 의미가 달라진다.
연합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과 관련해 중국 선전에서 11월 18일부터 19일까지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도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언급은 그러한 대화 의지를 이어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 북미 접촉의 성과까지 입증하지는 않는다.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 직접 만난 전력이 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2019년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 이어 같은 해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과거 만남이 있었다는 사실과 새로운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에는 회담 일정이나 의제에 대한 양측의 후속 발표가 확인돼야 진전의 범위를 판단할 수 있다.
한반도 안보와 미국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상 간 접촉은 미국 거주 한인 독자에게도 중요한 사안이다. 현재로서는 대통령 발언, 미국 정부의 공식 일정, 북한 측 반응을 각각 구별해 읽을 필요가 있다. 이번 기사에서 확인한 새 사실은 12일의 조건부 답변이며, 그 답변만으로 비핵화 협상 재개나 제재 변경, 군사적 긴장 완화를 확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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